이대섭 편집국장
이재명후보 "박정희·박태준의 정책이라도 좋은 건 써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제22대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 이틀째인 13일 민주당의 ‘험지’로 꼽히는 대구·경북(TK)과 울산을 찾아 ‘국민 통합’을 내세우며 보수층 표심 공략에 나섰다.
이 후보는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국가 산업화의 중심지였던 TK와 울산에서 지역 균형 발전과 실용주의 정치를 강조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 후보는 이날 경북 구미역 광장 유세에서 “좌측이든 우측이든, 빨강이든 파랑이든, 영남이든 호남이든 무슨 상관이 있나”라며 “진영이나 이념이 뭐가 중요한가.
박정희 정책이면 어떻고 김대중 정책이면 어떤가”라고 밝혔다.이 후보는 “여기(구미)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출생지라고 한다”며 “젊은 시절에는 군인을 동원하고 사법 살인을 하고 고문을 하고 장기집권을 하고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건 지금도 사실”이라면서도 “또 한편으로 보면 이 나라 산업화를 이끌어낸 공도 있는 것 아닌가. 민주적 소양을 갖고 인권 탄압 없이, 불법·위헌적 장기집권 없이 나라를 부유하게 만들었다면 모두 칭송하지 않았겠나”라고 덧붙였다.그는 “유치하게 편가르기,
졸렬하게 보복하기 같은 일은 하지 말자”며 “상대방을 제거하겠다고 쫓아가서 뒤를 파고 하는 일은 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최근 경북 구미시가 가수 이승환의 데뷔 35주년 콘서트 대관을 취소한 일도 언급하며 “얼마 전 유명 가수가 공연한다고 했더니 갑자기 취소한 일이 있었다.
쪼잔하게 왜 그러나”라고 비판했다.TK지역에서 오랜 기간 보수 정당이 독식하면서 지역 발전이 정체됐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 후보는 “공직자가 하기에 따라 그 동네가 발전하기도 하고 퇴락하기도 한다”며 “수도권에서는 국회의원들이 다음 선거에서 떨어질까 불안해서 지역 발전을 위해 뛰어다닌다”고 말했다.
이어 “어릴 때 본 대구·구미는 엄청 대단한 도시였는데, 지금은 변한 게 없다. 오히려 인구 감소를 걱정한다”며 “정치인들이 공천만 받으면 무조건 찍어주니 지역에 관심이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치인한테 ‘너 말고도 쓸 사람이 많다’고 해야 권력과 예산을 국민을 위해 쓴다”며 “다른 것도 써보시라. 이재명도 한번 일을 시켜보시라”고 말했다.
또한 “안동에서 태어나 이 지역의 물과 풀, 쌀을 먹고 자랐는데 왜 저는 이 동네에서 (지난 대선) 20% 지지를 못 받는가”라며 “‘우리가 남이가’라는 말이 많은데 ‘재명이가 남이가’라고 해달라”고 덧붙였다.
이 후보는 전날 선대위 출정식에서 착용한 ‘통합 운동화’를 이날도 신었다. 민주당 상징색인 파란색에 보수 정당이 써온 빨간색이 더해진 운동화는 ‘국민 통합’의 의미를 담았다고 이 후보 측은 설명했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대구, 포항, 울산을 잇따라 방문해 산업 발전 및 공급망 재편 전략 등을 제시하며 지역 공약 행보를 이어간다.